출연금만 심사해선 자체수입 포함한 재정 전체 파악에 한계
조례 통한 통제장치 마련으로 회계·행정 시스템 근본 개선 제안
[이코노미세계] “다시 작성해 오십시오.” “수정된 자료를 다시 제출할 때까지 정회를 선포합니다.”
김포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의 김포FC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정영혜 행정복지위원장이 거듭 예산안 재작성을 요구했다. 한 차례 수정으로 끝나지 않았다. 수정안이 올라왔지만 당초안과 비교해 변화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다시 제동을 걸었다. 정회와 재심의가 반복됐다.
단순히 예산 몇 개 항목을 깎고 늘리는 통상적인 추가경정예산 심의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심의의 배경에는 ‘83억 원 횡령 사태’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심의 과정을 공개하며 “시민들이 ‘83억 원이 사라졌는데 왜 다시 지원하느냐’고 묻고 있다”며 “예산 심사 자체가 횡령 사건에 대한 면죄부는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추경 심의는 결국 한 프로축구단의 부족한 운영비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를 넘어,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기관의 돈을 누가 어떻게 감시해야 하는지를 묻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특히 김포FC의 출연금과 보조금뿐 아니라 광고료·입장료·선수 이적료·MD상품 판매 수익 등 자체수입까지 의회가 전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의의 초점도 ‘추경 통과 여부’에서 ‘예산·회계 구조 개혁’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정 위원장이 공개한 심의 과정에 따르면 처음 제출된 김포FC 예산안에는 시민 눈높이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있었다.
정 위원장은 삭감할 항목과 바로잡아야 할 편성 내용을 하나씩 짚은 뒤 김포FC와 담당 부서인 체육과에 예산안을 다시 작성해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몇 시간이 지나 수정안이 제출됐다. 그러나 정 위원장의 판단은 달랐다. “이게 정말 수정한 예산안이 맞습니까?” 당초안과 비교했을 때 변화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심의에서는 개별 항목을 놓고 다시 질문이 이어졌다. 해당 금액이 왜 필요한지, 왜 그 항목을 편성했는지, 이미 지급된 금액은 무엇인지, 앞으로 실제 필요한 예산은 얼마인지 등을 다시 따졌다.
결국 “이 상태로는 심의를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과 함께 또다시 예산안을 작성해 가져오도록 요구했고 두 번째 정회가 이뤄졌다.
원안에 수정안이 더해지고 다시 수정되는 과정이 이어졌다. 정 위원장은 이를 두고 “이번 심의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고 매우 신중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추경 심의를 아예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정상적으로 근무한 직원들과 선수들의 임금까지 지급되지 않는다면 횡령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구성원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과 횡령 사태에 대한 책임 문제는 별개라는 것이 정 위원장의 입장이다.
그러면서 “정상적으로 근무한 직원과 선수들의 임금까지 지급되지 않아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심의를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83억 원 횡령 사태의 책임까지 시민이 떠안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밝혔다. 추경을 심의했다고 해서 기존 사태에 대한 책임까지 덮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정 위원장이 이번 심의에서 강조한 또 하나의 대목은 ‘책임’이다. 김포FC가 회계시스템을 변경하고 일일 보고 체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사태를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관리해야 할 사람이 제대로 관리했는지, 책임 있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했는지를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횡령한 개인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방식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리고 “횡령한 개인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끝낼 생각이라면 결코 동의하지 않겠다”며 관리·감독 책임이 확인될 경우 그 책임 역시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환수 문제도 강조했다. 환수할 수 있는 자금은 끝까지 환수하고,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김포FC의 회계·행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핵심은 ‘추경이 얼마 삭감됐는가’만으로 한정하기 어렵다. 예산 심사는 끝났지만 횡령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소재 확인, 자금 환수, 관리·감독 체계 재정비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도 “예산 심의는 끝났지만 김포FC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며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또 “시민의 혈세 앞에서는 타협하지 않겠다”며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예산을 사실상 김포FC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로 봐야 한다는 경고도 내놨다. 신뢰 회복은 선언이나 사과만으로 이뤄질 수 없으며 투명한 회계와 책임 있는 운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주목되는 부분은 김포FC의 예산 구조다. 정 위원장은 김포FC 예산 구조 자체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김포FC의 김포시 출연금과 보조금은 시의회 예산 심사를 거친다. 반면 광고료와 입장료, 이적료, MD상품 수익 등 자체수입은 별도로 관리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의회가 예산 심사 과정에서 김포FC의 전체적인 수입과 지출 규모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컨대 김포시가 김포FC에 얼마를 지원하는 것이 적정한지를 판단하려면 시의 출연금만 볼 것이 아니라 구단이 자체적으로 얼마를 벌고 있으며, 그 돈을 어디에 사용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김포FC의 자체수입은 결산 과정에서는 확인할 수 있지만 당초 세입예산에 함께 잡히지 않는다. 시의회가 출연금 규모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번 횡령이 출연금에서만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정 위원장이 예산 구조 개편을 주장하는 배경이다.
공공기관이나 출연기관의 회계에서 중요한 것은 돈의 출처에 따라 감시 수준을 달리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이 실질적으로 운용하는 전체 자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는 문제 제기로 읽힌다.
이어 정 위원장은 김포FC와 다른 기관의 수입 처리 방식도 비교했다. 청소년재단이나 문화재단 등의 경우 위·수탁 대행사업 등을 통해 발생하는 수입을 시 세입으로 잡는 사례가 있지만 김포FC는 자체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광고료와 입장료, 이적료 등을 별도의 자체수입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정책적 쟁점이 나온다. 프로축구단의 특성을 고려해 자체수입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더라도 막대한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의회가 전체적인 자금 흐름을 확인할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특히 출연금 규모를 심사하는 의회 입장에서는 자체수입과 지출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필요한 출연금의 적정성을 판단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체수입이 많다면 그만큼 시의 지원 규모를 어떻게 설정할지 검토할 수 있고, 반대로 자체수입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있다면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지원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자체수입 자체가 아니라 ‘전체 자금 흐름의 투명성’에 있다. 정 위원장이 이번 횡령 사태 이후 조례를 통한 통제장치 마련을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김포FC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 의회에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자체수입을 포함한 전체 자금 흐름을 의회가 확인할 수 있도록 조례로 제도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김포FC 사태가 남긴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는 횡령 사태의 책임 소재를 어디까지 규명할 것인가다. 개인의 일탈로 결론 내릴 것인지, 아니면 조직 내부의 회계와 관리·감독 체계까지 들여다볼 것인지에 따라 향후 쇄신의 수준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둘째는 환수 문제다. 정 위원장이 “환수할 수 있는 돈은 끝까지 환수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향후 환수 과정과 결과 역시 시민에게 설명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 될 전망이다.
셋째는 회계시스템 개혁이다. 시스템 변경이나 일일 보고와 같은 단기 대책을 넘어 실제로 부정이나 이상 거래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 책임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넷째는 의회의 예산 통제 범위다. 김포시 출연금과 보조금뿐 아니라 김포FC가 광고료와 입장료, 이적료, MD상품 판매 등으로 확보하는 자체수입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야 적정한 출연금 규모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정 위원장의 문제 제기다.
결국 이번 논란은 김포FC 한 곳만의 예산 문제가 아니라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기관을 지방의회가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감시해야 하는가라는 지방자치의 기본 문제와 맞닿아 있다.
김포FC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벽은 결국 시민 신뢰다. 거액의 횡령 사태가 발생한 상황에서 추가 예산이 다시 투입된다면 시민 입장에서는 “왜 또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반면 정상적으로 일한 직원과 선수들에게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상황 역시 방치할 수 없다. 의회로서는 조직의 정상 운영과 책임 추궁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셈이다. 이번 추경 심의 과정에서 예산안 재작성이 거듭 요구되고 정회까지 반복된 것은 이런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추경 심의가 끝났다고 사태까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더 많다. 관리·감독 책임은 어디에 있었는지, 환수 가능한 자금은 얼마나 되는지, 회계시스템 개선은 실제로 작동하는지, 자체수입을 포함한 전체 자금의 투명성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지 등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김포FC가 시민에게 다시 신뢰받기 위해서는 구호가 아니라 변화된 회계와 운영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정 위원장은 이번 예산을 “마지막 기회”라고 규정했다. 김포FC에 필요한 것은 이제 추가적인 해명이 아니라 투명한 회계와 책임 있는 운영을 통해 시민에게 답하는 일이다.
83억 원 횡령 사태가 단순한 개인 비리 사건으로 끝날지, 아니면 김포FC의 예산·회계·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지는 향후 조치에 달려 있다.
예산 심의는 끝났다. 그러나 시민 세금이 어디에서 들어와 어디로 흘러가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작업은 이제 시작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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