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주택도시기금·세제지원 받은 정책사업의 공공성 강조
매각 사전통지부터 가격산정·분쟁조정까지 임차인 보호장치 요구
[이코노미세계] ‘안정적인 임대주택’으로 출발한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이 임대의무기간 종료라는 새로운 갈림길에 들어서고 있다.
그동안 정책의 초점이 임대의무기간 동안 임대료와 임대기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맞춰졌다면, 이제는 임대의무기간이 끝난 뒤 주택이 매각·처분되는 과정에서 기존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2027년까지 1만 가구가 넘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의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될 예정이어서 문제가 단순한 개별 단지의 분양·매각 문제를 넘어 주거정책 차원의 과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경기도의회가 국회와 정부에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신미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임차인 주거안정을 위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 촉구 건의안’이 18일 제393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됐다. 경기도의회 공식 회의록에서도 이 건의안은 제393회 제4차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된 사실이 확인된다.
이번 건의안이 겨냥한 핵심은 분명하다. 임대의무기간이 끝난 뒤 주택을 매각하거나 처분하는 과정에서도 기존 임차인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협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법적 절차를 만들자는 것이다.
첨부자료에 따르면 건의안에는 △임대의무기간 종료 전 매각·처분계획 사전통지 의무화 △임차인과의 사전협의 및 우선협상 기회 보장 △복수 감정평가를 통한 가격산정의 공정성 확보 △임대사업자와 임차인 사이의 분쟁조정 절차 마련 등이 담겼다. 결국 쟁점은 ‘임대기간 종료 이후’를 법과 제도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에 모인다.
문제가 주목되는 이유는 앞으로 임대의무기간이 끝나는 단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7월 기준 경기도 내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은 17개 시·군 52개소, 총 3만8850세대에 이른다.
이 가운데 2027년까지 임대의무기간이 끝나는 곳은 12개 단지, 1만445세대다. 전체 물량 가운데 상당 규모가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임대의무기간 종료 국면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특히 화성 동탄지역의 경우 5개 단지 3415세대가 매각·처분 절차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임대주택 계약이 끝난다’는 문제가 아니다.
한 단지에서 수백 또는 수천 가구가 동시에 임대의무기간 종료를 맞으면 향후 매각 여부와 가격, 계속 거주 가능성 등이 해당 가구들의 주거계획과 직접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차인 입장에서는 매각 시점과 조건을 얼마나 일찍 알 수 있는지, 가격은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는지, 사업자와 협의할 수 있는 제도적 창구가 존재하는지가 중요해진다.
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은 임대의무기간과 양도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법령에도 임대사업자는 법에서 정한 임대의무기간 동안 민간임대주택을 계속 임대해야 하고, 일정한 요건 아래 양도가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번 건의안은 바로 ‘임대의무기간 이후’에 주목한다. 첨부자료는 현행법이 임대의무기간 중 임대료와 임대기간 등에 관한 사항은 규정하고 있지만, 임대의무기간 종료 이후 매각·처분계획의 사전통지와 임차인 협의, 우선양도 및 가격산정 등에 관한 통일된 절차는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제도의 중심축이 ‘임대하는 동안의 관리’였다면, 앞으로는 ‘임대가 끝나는 과정의 관리’까지 주거정책의 범위에 넣어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건의안에서 가장 먼저 제시된 것이 ‘매각·처분계획 사전통지 의무화’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거는 일반적인 상품과 성격이 다르다. 거주지를 옮기려면 새로운 주택을 찾아야 하고 자금계획, 자녀 교육, 출퇴근 거리, 생활권 등 여러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임대의무기간 종료 이후 해당 주택이 어떤 방식으로 처리될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알 수 있느냐는 임차인의 향후 선택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신미숙 의원도 임차인들이 매각 여부와 가격산정 방식, 향후 거주 가능성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불안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적어도 매각계획을 미리 알리고 임차인과 협의하며, 공정한 가격산정과 분쟁조정이 이뤄질 수 있는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의안대로 법이 개정된다면 ‘사업자가 언제 어떤 내용을 임차인에게 알려야 하는가’가 중요한 후속 쟁점이 될 수 있다.
단순히 매각 직전 사실을 통보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인지, 임차인이 실제 이주나 매입 여부를 검토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을 보장할 것인지에 따라 사전통지 제도의 실효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더 민감한 문제는 가격이다. 임대주택이 매각·처분 단계에 들어서면 기존 임차인이 주택을 매입할 의사가 있더라도 가격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실제 선택 가능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건의안이 ‘복수 감정평가를 통한 가격산정의 공정성 확보’를 법 개정 요구 사항에 포함한 이유다. 가격 문제는 임대사업자의 재산권과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라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맞닿는 지점이다. 따라서 특정 주체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한다는 논란을 줄이려면 객관적인 산정 절차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중요하다.
건의안은 복수의 감정평가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특정 매각가격 자체를 법으로 정하자는 요구라기보다 가격을 결정하는 ‘절차의 공정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가격산정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복수 감정평가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 감정평가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실제 법 개정 논의가 진행될 경우 추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첨부자료 자체에는 이러한 세부 기준까지 담겨 있지 않다. 따라서 이번 경기도의회 건의안은 구체적인 가격을 결정하는 단계라기보다는 국회와 정부에 제도적 논의를 요구하는 출발점에 가깝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사전협의와 우선협상 기회’다. 건의안은 임대사업자가 매각·처분계획을 단순히 알리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임차인과 사전에 협의하고 우선협상 기회를 보장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정보 제공과 협상 참여는 다른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매각계획을 전달받는 것만으로는 임차인이 매각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협의’가 어느 정도의 법적 의미를 갖게 될지도 관심사가 될 수 있다.
사업자가 임차인의 의견을 듣는 절차만 거치면 되는 것인지, 일정 기간 실질적인 협상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지 등에 따라 제도의 성격은 달라질 수 있다.
건의안은 여기에 분쟁조정 절차 마련도 요구했다. 매각 여부와 가격, 협상 방식 등을 둘러싸고 사업자와 임차인의 입장이 충돌할 경우 곧바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 전에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사전통지→협의→가격산정→분쟁조정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절차를 제도화하자는 것이 이번 건의안의 큰 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논의를 관통하는 또 다른 쟁점은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의 ‘공공성’이다. 민간 자본으로 공급된 임대주택이라고 해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공공택지와 주택도시기금, 세제 지원 등이 활용됐다면 임대의무기간이 끝난 이후 공공의 역할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신미숙 의원은 이 점을 분명하게 제기했다. 신 의원은 “뉴스테이는 민간 자본을 활용한 사업이지만 공공택지와 주택도시기금, 세제 지원 등 상당한 공적 지원을 바탕으로 추진된 정책사업”이라며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됐다는 이유로 공공의 책임까지 함께 끝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건의안의 정책적 방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간사업자의 재산권과 계약관계를 존중하면서도, 정책적으로 조성된 임대주택에서 장기간 거주해 온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어느 수준까지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다.
다만 실제 법 개정 과정에서는 임차인 보호 강화와 함께 임대사업자의 재산권 및 계약상 권리, 사업구조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의 건의안은 법률 개정 자체가 아니다. 국회 입법과 정부의 제도 설계 과정에서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절차, 사업자의 의무 범위 등이 논의돼야 한다.
이번 건의안을 대표발의한 신미숙 의원의 지역구가 화성이라는 점에서도 동탄지역 상황은 주목된다. 화성 동탄지역에서만 5개 단지 3415세대가 매각·처분 절차를 앞두고 있다. 이는 이번 논의가 추상적인 법률 문제가 아니라 실제 지역 주민들의 주거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수천 세대 규모의 임대주택이 동시에 임대의무기간 종료 단계에 접어들 경우 개별 가구의 거주 문제뿐 아니라 지역 주택시장과 생활권에도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매각·처분이 지역 주택가격이나 전·월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첨부자료에 별도의 분석자료가 제시돼 있지 않아 현재 단계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임대의무기간 종료가 예정된 가구 수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해당 주택에 장기간 거주한 임차인에게 ‘계속 거주할 수 있는가’, ‘매입할 수 있다면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매각 계획을 언제 알 수 있는가’는 생활의 기반과 연결되는 문제다.
때문에 향후 법 개정 논의에서는 전국적인 제도 설계와 함께 실제 임대의무기간 종료를 앞둔 지역의 사례를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번 건의안은 지난 4일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심사 안건에 포함됐고, 18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됐다. 경기도의회 공식 의사일정과 본회의 회의록에서도 관련 절차가 확인된다.
그러나 본회의 통과가 곧바로 법 개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건의안은 국회와 정부 등 관계기관에 전달될 예정이다. 결국 다음 단계는 중앙정부와 국회가 이 문제를 실제 법률 개정 의제로 받아들일지 여부다.
법 개정이 추진된다면 적용 대상과 범위부터 논의해야 한다.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전체에 동일하게 적용할지, 임대의무기간과 사업유형 등에 따라 차등 적용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사전통지 시점, 협의 방법, 우선협상 절차, 감정평가 방식, 분쟁조정 주체 등도 법률 또는 하위법령에서 세밀하게 정해야 할 사안이다.
무엇보다 기존 사업에 새로운 의무를 적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경제적 쟁점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임차인 보호라는 정책 목표만큼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정교한 입법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이번 경기도의회 건의안의 의미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정책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않았던 ‘종료 단계’를 제도권 논의로 끌어냈다는 데 있다.
주택정책에서 공급은 출발점이다. 하지만 임대주택에 실제 사람이 입주해 장기간 생활한다면 정책은 공급 이후의 거주 과정과 종료 과정까지 바라봐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2027년까지 12개 단지 1만445세대의 임대의무기간 종료가 예정돼 있다. 그 숫자는 제도 정비 논의에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도 보여준다.
임대사업자에게 어느 수준까지 의무를 부과할 것인지, 기존 임차인에게 어떤 권리를 부여할 것인지, 가격 결정의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다.
신미숙 의원은 “이번 본회의 의결은 뉴스테이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위한 제도개선 필요성에 경기도의회가 뜻을 모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건의안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국회와 정부의 실질적인 법 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의 요구는 이제 국회와 정부로 향한다. 공공의 지원을 받아 출발한 민간임대주택에서 ‘공공의 책임’은 언제까지 이어져야 하는가. 임대의무기간이 끝나는 순간 정책의 역할도 끝나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 임차인이 새로운 주거 선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절차적 보호까지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다.
경기도에서만 당장 1만 가구 이상이 임대의무기간 종료를 앞둔 상황이다.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정책이 이제 ‘얼마나 공급했느냐’를 넘어 ‘어떻게 끝맺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주은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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