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대신 땀으로 지켜낸 생태 공간”…시민·학생 함께한 공감 행정

[이코노미세계] 경기도 안성시 청미천변이 주민들의 손길로 활짝 핀 백일홍으로 물들며 새로운 ‘도시 치유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약제를 쓰지 않고 풀을 매는 주민들의 수고와 학생들의 참여가 더해지며 단순한 꽃밭을 넘어선 ‘공동체 협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안성시 일죽면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청미천변에 백일홍 꽃밭을 조성했다. 이곳은 남한강 수계에 속해 농약이나 제초제를 사용할 수 없는 구역이다. 대신 위원들은 새벽마다 직접 풀을 뽑으며 꽃밭을 지켜왔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8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주민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백일홍이 무사히 만개했다”며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청미천 꽃밭에는 일죽초·죽화초 학생들이 찾아와 바람개비를 세우며 ‘어린이 꽃동산’을 만들었다. 꽃밭에는 붉고 분홍색의 백일홍이 줄지어 피어나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주민자치위원들은 “아이들이 즐겁게 웃으며 바람개비를 꽂는 모습에 피로가 잊혔다”고 전했다.
주민 손길로 가꿔진 이 꽃밭은 SNS를 통해 빠르게 알려지며 인근 지역민들의 방문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미천 백일홍 사례가 단순한 ‘꽃밭 조성 사업’을 넘어 도시재생·생태 보존·시민 참여 행정을 결합한 모델이라고 평가한다.
경기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주민자치와 교육이 결합된 이런 형태의 마을가꾸기는 지방 소멸과 공동체 약화를 극복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행정 모델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 이현주(일죽면 주민, 52)씨는 “이른 새벽 풀 뽑는 게 힘들긴 하지만 꽃이 활짝 핀 걸 보면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받는 느낌이다.” 박지민(죽화초 5학년) 학생도 “친구들과 같이 바람개비를 꽂으니까 제가 꽃밭을 지키는 사람 같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한편, 청미천의 백일홍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주민과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낸 ‘공동체 치유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농약 한 방울 쓰지 않고 지켜낸 꽃밭이 안성의 새로운 자부심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지방자치와 환경 보존을 잇는 지속가능한 행정의 교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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