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에 서울대병원이 첫 삽을 뜬 것은 단순한 의료 인프라 확충을 넘어선다. 8월 18일 착공된 시흥배곧 서울대병원은 수도권 서남부의 거점 의료기관이자, AI·의료데이터·바이오 산업을 결합한 첨단 클러스터 전략의 중심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배곧 병원은 시민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대한민국 바이오·의료산업을 선도할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곧 병원이 도시와 국가의 성장 전략 속에 편입되는 새로운 모델을 의미한다.
시흥배곧 병원은 이미 인근에 자리 잡은 서울대 시흥캠퍼스와 긴밀히 연결된다. 이 캠퍼스에는 의학·공학 융합 연구소, 글로벌 산학협력 센터 등이 입주해 있어, 병원과의 연계는 연구-임상-산업화를 잇는 ‘트리플 헬릭스(Triple Helix)’ 구조를 가능케 한다.
또한 병원 주변에는 향후 바이오 메디컬 산업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어, 대학-병원-산업단지가 맞물리는 도시형 클러스터 생태계 구축이 예상된다.
경제학자들은 “시흥은 수도권의 송도·판교를 잇는 새로운 축”이라며 “서울대 시흥캠퍼스와 병원의 시너지 효과가 산업·연구·교육을 동시에 성장시키는 혁신 지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시흥배곧 병원은 단순한 환자 진료를 넘어 의료데이터 축적·활용에 방점을 찍는다. 진료 과정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정밀의료, 신약개발, 질병예측 등으로 이어가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국내 제약사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시흥에서 임상시험·데이터 분석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에는 동북아 연구·개발 거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계 관계자는 “데이터는 21세기 원유와 같다”며 “서울대병원이 제공할 신뢰도 높은 의료데이터는 국내외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는 이미 판교 ICT 밸리,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가 있다. 그렇다면 시흥은 무엇이 다를까.
전문가들은 ‘융합형’이라는 점을 꼽는다. 판교가 IT 중심, 송도가 제약·바이오 생산 중심이라면, 시흥은 병원 임상과 데이터, 연구·교육, 산업화까지 한곳에서 이어지는 풀사이클 구조를 가진다.
이는 곧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다. 미국의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나 독일 하이델베르크 의학클러스터처럼, 시흥 역시 ‘도시형 의료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시흥 클러스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투자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와 산학연 공동연구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외국계 제약사와의 협력 유치를 위해 글로벌 표준에 맞는 임상 인프라와 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다.
지역 차원에서는 병원과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교통·주거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행정·세제 혜택 역시 관건이다.
경제전문가 이 모 교수는 “시흥 클러스터가 판교·송도의 ‘사이 공간’을 메우는 새로운 성장축이 되려면, 단순히 병원 건립을 넘어 산업 전략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흥배곧 서울대병원은 오는 9월 말~10월 초 공식 착공식을 갖는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개막식은 병원이 지역경제와 산업 생태계로 기능하기 시작할 때일 것이다.
이번 착공은 ▲의료와 산업의 결합 ▲데이터 기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수도권 균형발전이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품고 있다.
시흥은 이제 단순한 베드타운이 아니라, ‘의료·바이오 미래산업 테스트베드’로 발돋움하고 있다. 시흥배곧 서울대병원이 앞으로 어떤 전략과 성과로 한국 경제의 판을 바꿀지 주목된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