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비추던 10월 26일 안성종합운동장은 색색의 깃발과 응원 소리로 물들었다. 각 읍·면·동을 상징하는 현수막이 펄럭이고,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세대를 아우른 시민들이 서로의 손을 잡았다.
‘2025 안성시민체육대회’는 단순한 경기의 자리가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시민 정서를 함께 엮은 ‘문화적 축제’로 완성됐다.
코로나19 이후 움츠러들었던 지역의 온기가 오랜만에 피어올랐다. 운동장 한쪽에서는 전통음식 부스가 열려 어머니들이 손수 만든 찰떡을 나눴고, 청년 자원봉사자들은 ‘안성맞춤 포토존’을 운영하며 추억을 남겼다. 이날의 운동장은 경기장이 아니라 시민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는 ‘문화의 무대’였다.
체육대회가 끝난 뒤 김보라 안성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짧지만 울림이 큰 글을 남겼다. “어쩔 수 없이 순위를 매겼지만, 오늘 하루 함께한 시민 모두가 제 마음의 일등이다.”
이 한 문장은 지역 SNS를 통해 퍼지며 ‘공동체 리더십’의 메시지로 확산됐다. 시민들은 댓글로 “이웃과 함께한 하루가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다”, “아이 손잡고 뛰던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며 공감의 목소리를 올렸다.
정치나 행정의 언어가 아닌, 감정과 경험으로 전한 문장이었다. 이날의 체육대회는 승패를 넘어 ‘서로를 응원하는 문화’로 발전하며, 지역이 품은 따뜻한 정서를 되살려냈다.
안성시민체육대회는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특히 시민 스스로 기획과 운영에 참여한 점이 돋보였다. 각 읍·면·동 체육회가 준비한 응원 퍼레이드는 지역의 고유성을 담은 ‘작은 예술제’ 같았다. 삼죽면은 농악대를 선두로 나섰고, 미양면은 전통혼례를 재현했다. 공도읍은 ‘AI 시대의 안성’을 주제로 청년들이 직접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무대 위에서는 노년층 합창단이 ‘안성맞춤’을 합창했고, 초등학생들이 줄다리기와 장애물 달리기를 함께하며 세대 간 벽을 허물었다. 이는 행정이 아닌 시민의 손에서 만들어진 이 장면들은 안성의 ‘생활문화 DNA’를 보여주는 축제였다.
실제로 안성시는 체육대회를 단발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읍·면·동별 ‘생활체육 커뮤니티’를 지속 운영해 시민들이 평소에도 함께 운동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문화의 지속성’을 행정이 뒷받침하는 모범적 모델로 평가된다.
안성은 예로부터 남사당놀이, 바우덕이축제 등 공동체 중심의 전통문화를 이어온 도시다. 이번 체육대회는 그 전통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장이었다. 과거 마을 단위의 ‘두레’와 ‘놀이’가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시민들이 스스로 ‘함께 사는 도시의 의미’를 되새긴 자리였다.
김보라 시장은 “이번 대회는 시민이 행복의 주체로 참여한 안성다운 축제였다”며 “문화와 체육이 결합한 생활 속 행복이 안성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쟁보다 공감’을 택한 안성의 운동장은, 오늘날 도시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그곳엔 화려한 공연도, 유명 연예인도 없었다. 대신 서로의 손을 잡은 시민이 있었다. 웃음과 땀, 응원과 환호가 뒤섞인 운동장은 문화가 행정의 결과물이 아니라 시민의 마음에서 시작됨을 보여준 상징적 공간이었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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