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라 안성시장, “생애주기별 맞춤 복지 시급”

[이코노미세계] 저녁 7시, 평범한 하루가 저물 무렵 안성시청에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혼자 사는 청년, 중장년, 노년의 시민들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시장과 마주 앉아 삶의 무게를 공유한 것이다.
예정된 시간은 8시 30분이었지만 대화는 밤 9시를 훌쩍 넘겨 끝났다. 누군가는 고립의 외로움을, 또 다른 이는 미래의 불안을 꺼내놓았다. ‘1인가구 공감대화’라는 이름의 이 자리는, 단순한 정책 간담회가 아닌 공동체의 문화를 되살리는 실험이었다.
안성시 전체 가구의 45%가 1인가구다. 매년 2000여 가구가 늘어나며, 이제는 ‘특수한 형태’가 아닌 가장 흔한 생활 모습이 됐다. 청년과 노년층은 각각 청년정책과 노인복지 사업이 그나마 마련돼 있지만, 정작 40~60대 중장년 1인가구는 여전히 정책의 빈틈 속에 놓여 있다. 이들이 느끼는 사회적 고립은 통계로는 드러나지 않는 깊은 문화적·정서적 문제다.
대화의 자리는 날것 그대로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40대 아들이 집에서 게임만 하는데, 내가 죽으면 어떡하나 걱정된다.” 한 어머니의 고백은 방 안을 울림으로 채웠다. 정부나 기관이 아닌 ‘이웃이 함께하는 돌봄’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또 다른 시민은 “혼자 사는 삶은 자유롭지만, 아플 때 가장 두렵다”며 “함께 밥을 먹고 안부를 묻는 이웃이 그리워졌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은 복지정책의 한계를 넘어선, 삶의 진솔한 나눔의 장이었다. 참석자들은 온·오프라인을 잇는 소통 공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요구했다.

김보라 시장은 “이제 1인가구는 누구나 겪는 보편적 가구형태”라며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와 함께, 서로의 삶을 잇는 문화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행정적 지원을 넘어, 공동체가 곧 문화가 되는 방향을 제안한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에 공감한다. 한 사회학자는 “고립을 줄이는 것은 복지 서비스뿐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회복하는 문화적 경험”이라며 “지역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모 씨(47, 공도읍)는 “혼자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오늘 같은 자리가 큰 위로가 됐다.” 이모 씨(62, 죽산면)도 “외로움은 복지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같은 이웃끼리 얼굴 보고 웃고, 안부를 묻는 게 가장 큰 힘이 된다.”
안성시의 ‘공감대화’는 행정과 시민 사이의 벽을 허무는 문화적 실험이었다. 혼자 사는 삶의 무게를 함께 나누며, ‘이웃이 곧 안전망’이라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앞으로 과제는 분명하다. 중장년 1인가구가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정보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그리고 일상적 만남을 문화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고립을 줄이고, 안성이라는 도시를 더 따뜻하게 만드는 길이다.
김보라 시장은 이날 대화 끝에 이렇게 덧붙였다. “누구나 혼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혼자가 외로움이 되지 않도록, 안성이 함께하겠다고 했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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