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경기도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역사적 유산 한 점을 조국 품으로 되돌려왔다.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 1910년 3월 사형 집행을 며칠 앞둔 안중근 의사가 남긴 글귀다. 당시 스스로를 ‘동양지사(東洋志士)’라 칭하며 일본제국에 대한 담대한 경고를 담았다. 죽음을 초월한 의지와 항일정신이 응축된 이 유묵은 50년 넘게 일제 고위층 가문에 숨겨져 있다가, 마침내 올해 경기도의 노력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1910년, 여순 감옥에 수감 중이던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 의거 후 단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재판을 맞이했다. 사형 선고를 받은 그는 ‘장탄일성 선조일본’이라는 글귀를 붓끝에 담았다. 이는 “큰 탄식 한 번으로 먼저 일본의 멸망을 조문한다”는 의미로, 제국주의 일본에 대한 통렬한 경고였다.
역사학자 김 모 교수(서울대)는 “이 문구는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동양 평화를 파괴한 일본 제국주의의 몰락을 예견한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경기도는 올해 3월부터 해당 유묵의 국내 환수를 위해 일본 소장가와 교섭을 시작했다. 복잡한 소유권 문제와 가격 협상, 국제 반출 절차가 발목을 잡았지만,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직접 나서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이 유묵은 경기도박물관의 특별 전시를 통해 국민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전시에서는 ‘장탄일성 선조일본’과 함께 안 의사의 또 다른 강렬한 작품 ‘독립(獨立)’도 소개된다. ‘독립’ 유묵은 현재 해외에 남아 있어, 경기도는 추가 환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동연 지사는 “장탄일성 선조일본’에 이어 ‘독립’ 유묵도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민과 함께 독립과 평화의 정신을 되새기겠다”고 밝혔다.
수원시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이정훈 씨는 “역사 속 인물이 단순한 교과서 속 영웅이 아니라, 지금 우리 곁으로 돌아온 느낌”이라며 “아이와 함께 꼭 전시를 보러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역사 동아리 활동을 하는 고등학생 김서연 양은 “한 문장에 담긴 힘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우리 세대가 이런 정신을 기억하고 이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묵 귀환이 단순한 문화재 반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재 환수 전문 변호사 박 모 씨는 “역사적 상흔과 민족정신이 깃든 유물은 그 자체가 살아있는 교육 자료”라며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환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기도의 이번 성과는 지방정부가 역사·문화 외교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장탄일성 선조일본’의 귀환은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길목에서 만난 역사적 사건이다. 114년 전 감옥에서 붓을 든 안중근의 결연한 표정이, 광복 80주년을 맞은 오늘의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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