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민과 직원 모두 피해…실행력 없는 청사진 반복은 안 돼”

[이코노미세계] 경기도가 광교 신청사 이전과 함께 ‘사회혁신복합단지’로 탈바꿈하겠다던 옛 도청사 부지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있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감액·이월되는 사이 건물은 방치되고, 직원 근무환경은 열악해지며, 지역은 슬럼화 조짐마저 보인다.
경기도의회 이영희 의원은 본회의 도정질문을 통해 “도민에게 약속했던 혁신 거점은 사라졌고 남은 것은 혈세 낭비와 행정 무책임”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경기도는 청년·사회적기업·문화예술 단체가 어우러지는 혁신 거점을 조성하겠다며 옛 도청사를 활용한 사회혁신복합단지 계획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문화예술관, 사회혁신관, 스포츠건강동, 몰입콘텐츠존 등이 들어설 것이라는 청사진도 제시됐다. 그러나 현재 남은 것은 공실뿐이다. 이 의원은 “추진 근거도, 전담 조직도 없는 전형적인 페이퍼 플랜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광교 신청사 이전 후 3년이 지났지만, 옛 청사 내 10개 건물 중 6개가 여전히 비어 있다. 일부 건물은 리모델링 설계와 공사가 진행 중이나, 총괄 계획 부재로 지연이 반복되고 있다. 2024~2025년 사이 감액된 공사 예산만 276억 원에 달한다. 이 의원은 “천억 원 가까운 예산이 쓰였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전무하다”고 질타했다.
현재 옛 도청사에는 약 62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그러나 구내식당, 휴게시설 등 기본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도민 민원을 하루 수천 건 처리하는 경기 120콜센터는 환기도 어려운 협소 공간에서 수십 명이 밀집해 근무하는 실정이다. 휴게실은 성별 분리조차 안 돼 있으며, 식사 공간도 부족하다.
이 의원은 “2022년 민원실동 전체를 콜센터로 전환하겠다던 계획이 예산 부족과 부서 간 이해 충돌로 계속 미뤄졌다”며 “콜센터 직원들이 구석진 밀실에 방치돼 있다”고 비판했다.
용인시민 김모 씨(43)는 “옛 도청사는 경기도 행정의 상징이었는데, 이제는 방치된 흉물로 변해 안타깝다”며 “혁신 단지를 만든다더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꼴”이라고 꼬집었다.
수원시민 박모 씨(52)는 “세금이 수백억 원씩 낭비되고 있는데 도민 누구도 체감할 성과가 없다”며 “도정의 무책임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경기대 행정학과 이정훈 교수는 “경기도가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고 실행 조직과 예산 확보, 단계별 로드맵이 없으니 실패는 예견된 결과”라며 “총괄 PM을 지정하고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즉각적인 근무환경 개선(환기·조명·방음·휴게시설 확충), 총괄 PM 지정과 로드맵 수립, 직원 복지와 도민 편익을 반영한 장기적 마스터플랜 마련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옛 도청사 문제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며 “보여주기식 청사진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도민들께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옛 도청사의 방치는 단순한 행정 미비를 넘어 수백억 원의 혈세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가 ‘사회혁신복합단지’라는 이름으로 내세운 약속은 사실상 좌초됐으며, 도민의 기대와 행정 신뢰마저 무너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 실행과 책임 있는 리더십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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