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세계] '앞으로 용인은 단일 도시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를 갖추게 될 것이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밝힌 포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500조 원대 반도체 투자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용인은 ‘반도체 도시’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고 있다. 산업 구조와 고용, 교통 인프라, 주거·복지까지 전방위적인 변화가 예고되면서 지역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큰 파급력이 예상된다.
용인 남부 처인구 이동·남사읍 일대에는 778만㎡(235만 평) 규모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된다. 삼성전자는 이곳에 360조 원을 투입해 6기의 반도체 생산시설(팹)을 건설할 계획이다.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을 통해 승인 절차를 1년 9개월 만에 단축, 내년부터 부지 조성에 들어간다. 2030년 첫 번째 팹 가동이 목표다.
플랫폼시티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구갈동 일대 272만㎡(83만 평)에 들어서는 이 복합도시는 1만 가구 이상의 주거단지와 환승센터, 지하고속도로 등 교통 인프라가 결합된 신도시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과 AI 연구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삼성전자는 인접한 기흥캠퍼스에 20조 원을 투자해 차세대 반도체 연구단지를 조성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원삼면 일대 415만㎡(126만 평)에 122조 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올해 2월부터 첫 번째 팹 건설에 착수했으며, 향후 4기의 팹을 완성할 예정이다. SK 측은 건설 과정에서 지역 자원만 4500억 원을 투입, 이미 2500억 원 이상을 집행해 지역경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본격 가동 시 연인원 300만 명이 투입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국가산단, SK하이닉스 클러스터, 기흥 연구단지를 합치면 총 9기의 팹이 용인에 들어선다. 삼성전자는 약 10만 3000명, SK하이닉스는 3만 3000명, 연구단지 5000여 명 등 14만 명 이상이 용인에서 일하게 된다. 여기에 협력업체와 장비·소재 기업까지 포함하면 파급 고용효과는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투자는 전국적으로 622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502조 원(약 80%)이 용인에 집중된다. 이는 단일 도시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미 글로벌 장비업체인 램리서치코리아와 도쿄일렉트론코리아가 용인으로 이전하거나 투자 확대를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이 판교에서 용인으로 이동했다”고 평가한다.
산업단지와 신도시를 연결할 교통망 확충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도 45호선 12.5㎞ 구간은 8차로 확장이 확정됐으며, 국지도 84호선 신설, 지방도 321호선 확장도 추진된다. 철도 부문에서는 분당선 연장, 경강선 대체노선 검토, 경기남부광역철도(50.7㎞) 신설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비용 대비 편익(B/C) 값이 1.2를 기록해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 가능성도 크다.
국가산단 인근 이동읍에는 228만㎡ 규모의 반도체 특화 신도시가 들어선다. 2031년 입주를 목표로 젊은 인재들의 정주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용인시는 세수 증가를 활용해 아동·청년·장애인 복지 확대, 문화예술·생활체육 투자, 교육 인프라 확충 등을 약속했다. 이상일 시장은 “반도체가 가져올 과실을 시민 모두와 나누겠다”고 강조했다.
용인의 반도체 프로젝트는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이 아니라 산업·도시·복지의 전면적 재편을 의미한다.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경쟁 속에서 용인은 국가 전략의 최전선에 위치한다. 또한 수도권 규제 완화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등 굵직한 규제 개혁이 뒤따른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인구 유입에 따른 주거난과 생활 인프라 부족, 환경 문제와 교통 체증, 그리고 반도체 업황 변동성은 중장기적 리스크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502조 원 투자가 계획대로 집행되더라도 글로벌 반도체 경기 침체가 이어진다면 지역경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30년 삼성의 첫 번째 팹이 가동되면 용인은 명실상부한 세계 반도체 수도로 부상한다. 용인의 성공 여부는 곧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 과실, 안정적 주거·교통 인프라, 균형 잡힌 도시 개발이 병행될 때만 ‘반도체 도시 용인’의 청사진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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