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8월 11일 화성특례시는 한국나노기술원과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단순한 협력 선언이 아니라, 화성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 노드’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화성시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세계 최대 노광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 코리아,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코리아, 장비·부품 업체 ASMK 등이 입주해 있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화성시 반도체 생산액은 경기도 전체의 약 45%를 차지하며, 수출액 기준으로는 연간 500억 달러를 상회한다.
화성시는 반도체와 함께 모빌리티, 바이오·제약을 3대 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시에 따르면, 이들 산업의 총 부가가치 창출 효과는 연간 80조 원 이상, 고용 유발 효과는 약 3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명근 시장은 “기업 성장의 최적 환경을 조성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며 “반도체·모빌리티·바이오를 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화성시는 반도체 설계·제조·평가 전 주기에 걸친 산업 지원 체계를 완비하게 됐다. 한국나노기술원은 연구 장비·인프라 제공, 화성시는 행정·재정 지원, 기업은 현장 실습·채용 연계를 맡는다.
산업 전문가들은 이 협력 구조를 ‘기술·인재·R&D 삼각축’으로 정의한다. 김태훈 산업연구원 박사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속도와 품질, 그리고 인재 확보에 달려 있다”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인프라와 인력을 동시에 키우는 모델은 드물다”고 분석했다.
화성시는 다음 5년간 ▲산업단지 고도화 ▲규제 완화 ▲연구개발 보조금 확대를 핵심 과제로 추진한다. 특히, 스타트업과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다.
시는 2026년까지 2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기술혁신 펀드를 조성하고, 반도체·모빌리티·바이오 분야 창업기업에 최대 5억 원의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동탄의 한 반도체 부품기업 대표는 “R&D 장비와 전문인력을 한 도시 안에서 확보할 수 있다면 생산성과 기술 완성도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미국·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 일본의 수출 규제, 유럽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 등 복잡한 변수 속에 재편되고 있다. 화성시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국제 협력 네트워크 확대 ▲환경·에너지 인프라 확충 ▲중소기업 기술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명근 시장이 언급했듯 여름이 저물고 가을이 오듯, 산업 지형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화성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래산업의 ‘봄’을 준비 중이다. 이번 협약은 그 시작점이자, 글로벌 산업 지도에서 화성을 더 굵게 표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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