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총회, 지역 발전의 새로운 모델 제시

[이코노미세계] 8월 29일 저녁, 의왕시 오전동 평생학습관 대강당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다. 주민 스스로 내년도 사업을 결정하고 마을의 미래를 설계하는 ‘제5회 오전동 주민총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총회는 단순한 회의가 아니라, 주민이 직접 참여해 의제를 발굴하고 선택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총회는 4월부터 이어진 긴 준비 과정의 결실이었다. 주민자치회는 내년도 자체 계획 수립을 위해 여러 차례 분과별 토론회를 열고, 주민 설문조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바탕으로 총회에서 논의된 안건들은 단순히 행정이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라, 주민의 목소리를 중심에 둔 ‘생활 밀착형 의제’들이다.
주민들은 생활 불편을 해소할 소규모 마을사업부터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문화·복지 프로그램까지 폭넓은 의제를 제시했다. 이날 현장에서 확정된 사업들은 주민 다수의 선택을 거쳐 내년 의왕시 행정 계획 속에 반영될 예정이다.
김성제 의왕시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5회 오전동 주민총회는 주민이 직접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고 선택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주민의 작은 의견 하나가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총회의 가장 큰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주민 김모 씨(42)는 “행정이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사업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토론하고 선택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이런 방식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민자치회 관계자는 “단순히 회의가 아니라 ‘주민이 주체가 되는 과정’이라는 점이 핵심”이라며 “주민 스스로 결정한 안건이 실행되는 경험이 반복될수록 참여 의식도 점점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총회는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전국 각지에서 도입되고 있는 ‘주민참여형 의사결정’ 제도의 대표적 모델이다. 특히 의왕시는 2019년 오전동에서 첫 총회를 시작한 이후,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으며 제도가 점차 뿌리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민총회가 단순히 소규모 마을사업을 결정하는 것을 넘어, 주민의 정치적 역량을 키우고 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한국지방자치학회 한 연구위원은 “주민총회는 행정 주도의 정책결정 구조를 넘어 주민 주도형으로 이동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라며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예산 편성권과 법적 장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제 시장은 “의왕시는 앞으로도 시민이 주인이 되는 자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주민이 주체가 되는 자치 모델을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시키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번 총회는 단순히 한 동네의 행사가 아니라, 지방자치 시대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다. 주민이 직접 의제를 발굴하고 행정이 이를 지원하는 구조는 ‘참여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꼽힌다.
이번 오전동 주민총회는 ‘작은 의견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는 자치의 진리를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의왕시 사례는 지방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도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때, 진정한 의미의 주민자치가 꽃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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