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의회 "교육의 본질 훼손한 정치 개입" 반발
 
[이코노미세계] 오산시에서 매년 열려온 ‘학생 토론대회’가 올해는 개최 직전 무산되며 지역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단순한 교육 행사 취소를 넘어 정치적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오산시의회와 국회의원, 지방정부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교육의 장이 정치의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열릴 예정이었던 ‘오산 학생 토론대회’는 전날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이번 대회의 중등부 논제는 ‘본 의회는 사전투표제를 폐지할 것이다’였다. 이 논제를 두고 차지호 오산시 지역구 국회의원이 국회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장에서 “오산을 리박스쿨로 만드는 일”이라고 발언하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차 의원은 이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시장이 옹벽 붕괴 사고 수습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학생들을 동원해 정치적 주제의 토론회를 연 것은 부적절하다”며 “사전투표 폐지를 주제로 삼는 것은 정치적 편향성이 짙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에 대해 장관 후보자 역시 “야당 정치인들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조장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답변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이에 대해 오산시의회 송진영 의원은 강도 높은 반박 입장문을 발표했다. “어디에도 해당 논제가 ‘부정선거’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표현은 없으며, 교육적 목적의 순수한 민주시민 교육 프로그램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생들이 사전투표제의 순기능과 문제점을 탐구하고 찬반 토론을 통해 표현 능력을 기르는 자리”였다고 덧붙였다.
토론대회를 준비해온 오산토론연구회 또한 공식 입장을 통해 “정치적 프레임으로 학생 교육활동을 왜곡하는 현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해당 주제는 교사·학부모·토론전문가가 함께 숙의해 선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회는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정치적 선동’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송진영 의원은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교육의 장을 정치적 색깔로 몰아가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국회의원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오산 학생 토론대회’는 2011년부터 매년 이어져 온 지역의 대표 교육행사다. 학생들은 실생활과 관련된 시사적 이슈를 주제로 토론을 펼치며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워왔다. 이번 대회도 그 일환으로 준비됐으나, 외부의 정치적 해석이 개입되면서 전격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오산시의 옹벽 붕괴 사고와 관련된 상황이 겹치며, 토론회 취소는 더 큰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이권재 오산시장은 행정적 판단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눈치를 보며 즉각적인 취소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송 의원은 “무엇을 근거로 ‘엄중 경고’라는 표현을 쓰며 토론회를 전면 취소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하며,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가 교육적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반응과 달리, 교육계와 시민사회에서는 학생들을 정치적 논쟁의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학생은 그 누구의 정치적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구는 이번 입장문의 핵심을 관통한다.
한편, 오산시의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토론하는 기회를 너무 쉽게 빼앗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정치와 교육은 분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시민은 “정치인들이 오히려 학생 토론의 순수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사전투표제 논의는 사회적 쟁점이 될 수 있지만, 이를 교육적으로 접근하는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와 교육의 경계는 명확히 존재해야 한다. 오산 학생 토론대회는 오랜 시간 동안 지역 학생들에게 표현과 사고의 장을 제공해온 교육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그 장이 언제든 정치적 해석과 입김에 휘둘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권은 학생의 자유로운 사고와 표현을 보장하고, 교육 현장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지역사회 또한 정치적 이슈가 교육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다.
송진영 의원은 입장문에서 “시장, 국회의원, 시의원은 시민이 위임한 권한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사용하는 봉사자여야 한다”며 “시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오산 학생 토론대회 취소 사태는 단순한 행정 결정이 아닌, 정치와 교육,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 가치 등 여러 층위에서 성찰이 필요한 중대한 사건이다. 교육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도록, 사회 전체의 경각심이 요구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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