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이제는 집이 아니라 삶을 새로 짓는 일이다. 9월 25일 열린 안양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간담회 현장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단순한 개발 구호가 아니었다.
31개 지구 조합장과 추진위원장, 시공사 대표, 그리고 시가 함께한 이 자리는 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시민과 함께 설계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안양 구도심 곳곳에는 세월이 켜켜이 쌓인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벽에는 균열이 가고, 낡은 엘리베이터는 불안하게 흔들리지만, 그 속에는 수십 년을 살아온 가족의 추억과 공동체의 이야기가 배어 있다.
간담회 자리에서 최대호 안양시장은 “주거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이 최우선 과제”라며, “정비사업이 단순한 개발이 아닌 지역 발전의 기반이 되도록 시민과 함께 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행정의 언어이면서도 동시에 공동체를 향한 다짐이었다. 주민의 건의 사항을 “꼼꼼히 검토해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발언은, 사업 추진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민과의 신뢰임을 확인시켰다.
정비사업은 기대와 두려움이 함께 숨 쉬는 현장이다. 집값 상승이라는 경제적 효과 뒤에는 삶의 터전을 지켜내려는 주민들의 소박한 바람과 두려움이 자리한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이 도시 경쟁력뿐 아니라 주민 공동체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새로운 아파트 단지와 상권, 문화 공간이 조성되면 삶의 질은 개선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공동체가 무너진다면 도시의 온기는 사라진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 경쟁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둔 도시 재생이다. 주민이 함께 설계 과정에 참여하고, 그 목소리가 정책으로 반영될 때, 정비사업은 단순한 개발이 아닌 ‘문화와 삶을 새로 짓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안양시의 정비사업은 더 이상 행정과 건설사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주민이 꿈꾸는 집, 가족의 추억, 그리고 공동체의 미래를 담아내는 도시 재생의 무대다.
최대호 시장이 강조한 “주민과의 긴밀한 소통”은 행정적 수사以上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시민과 함께 새로운 삶의 무늬를 짓는 약속이다.
안양의 골목과 마을이 낡은 벽을 넘어, 더 따뜻한 삶의 터전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정비사업의 성패는 결국 시민과 행정이 함께 꾸는 도시의 꿈에 달려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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