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와 애민’의 정신을 현대 행정철학으로 잇는다
 
[이코노미세계] 지난 주말, 가을비가 내리던 화성시 일대가 잠시 타임머신을 탄 듯한 풍경으로 물들었다. ‘정조 효문화제’의 하이라이트인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이 열린 것이다.
행렬이 수원 화성행궁을 출발해 융릉으로 향하던 길, 시민들은 우산을 들고 길가를 메웠다. 왕의 행차를 따라가던 말발굽 소리, 흥겨운 풍물패의 장단, 어린이들의 한복 차림까지 모든 것이 ‘효(孝)’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이날 비로 인해 일정이 일부 조정되기도 했지만, 행사 열기는 꺾이지 않았다.
화성특례시의회 배정수 의장은 자신의 SNS에 “비가 와 걱정했지만, 오후에는 그쳐서 무사히 마무리됐다”며 “정조대왕의 효심과 애민정신을 이어받아 시민이 행복한 화성시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짧지만 진정성이 담긴 이 한마디는 시민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정조대왕은 조선의 개혁 군주이자,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상징으로 불린다. 그의 효심은 잘 알려져 있듯 아버지 사도세자를 향한 깊은 애정에서 비롯됐다. 정조는 아버지의 능을 현륭원(지금의 융릉)으로 옮기며 매년 친히 행차했고, 이를 통해 백성과 소통하고 행정의 균형을 도모했다.
오늘날 화성시가 ‘정조의 도시’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시민 참여형 축제로 발전한 정조 효문화제는 효(孝)와 애민(愛民)의 정신을 지역 행정 철학으로 계승하고 있다.
화성시는 올해 행사에 지역 예술단체와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을 대거 참여시켜 ‘전통의 계승’을 ‘공동체적 실천’으로 확장했다.
행사가 열린 주말 오전에는 비가 내리며 일부 시민이 우려를 표했지만, 오후가 되자 하늘이 열리고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도로 주변에는 시민 자원봉사대와 소상공인 부스가 자리 잡아 지역 경제 활성화의 장으로도 이어졌다.
특히 어린이 체험존에서는 궁중 예복 만들기, 효도 편지쓰기 등 가족 단위 참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화성특례시의회 배정수 의장은 취임 이후 줄곧 “정조 정신의 현대적 계승”을 강조해왔다. “정조의 효심은 단지 가족을 향한 마음이 아니라, 백성을 향한 사랑의 실천이었다”며 “지금의 지방정부가 시민에게 봉사하는 행정의 본질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성시는 올해 ‘시민행복 중심의회’를 표방하며, 복지·교육·도시균형발전 등 시민 체감형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의회 차원에서는 ‘생활현장 중심 의정활동’을 위해 읍면동 순회 간담회를 정례화했고, 시민 민원창구를 ‘공감의정 상담소’로 개편했다.
배 의장은 “정조가 백성의 고충을 직접 듣던 애민정신을 오늘날 시민참여 행정으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조 효문화제’는 단순한 지역축제가 아니라, 화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사 기간 동안 화성시는 관광객 유입에 따른 경제 효과도 거뒀다.
화성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능행차 재현행사 기간 동안 약 12만 명이 방문했으며, 숙박·음식·전통시장 매출이 평소 대비 1.8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를 계기로 ‘문화도시 화성’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정조의 도시 브랜드를 활용해 지역 예술인 창작 지원, 역사문화관광 코스 개발, 청소년 효문화 캠프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배 의장은 “정조의 정신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시민의식의 뿌리로 이어져야 한다”며 “시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 자치도시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던 오전, 시민들은 잠시 망설였지만 오후가 되자 모두 거리로 나왔다. 정조의 능행차는 200여 년의 시간을 넘어 지금의 화성에서 다시 숨을 쉬었다.
그날 배정수 의장이 SNS에 남긴 짧은 글은 단순한 소감이 아니라 화성시 행정의 방향 선언문이었다. “정조대왕의 효심과 애민정신을 이어받아 시민이 행복한 화성시를 만들겠다.”
이 문장은 지금 화성이 나아가야 할 길, 즉 ‘효의 도시, 시민의 도시’라는 비전을 담고 있다. 역사는 다시 걷고 있고, 그 길 위에 화성시민이 함께 서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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