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광명시의 주거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고층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명품 주거 공간’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아파트 공동체의 회복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다툼, 주차나 공용시설 사용을 둘러싼 분쟁, 세대 간·세대 내 갈등은 여전히 아파트 주민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아파트는 물리적으로는 가까이 있지만, 마음의 거리는 멀어지고 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현실을 설명하며, 해결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광명시는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아소하(아주소중한만남의하루)’라는 이름의 현장 소통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매월 한 차례씩 아파트 단지를 직접 찾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현장 분위기는 늘 생동감이 넘친다. 최근 열린 한 만남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직접 참석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광명의 역사와 문화 인물에 대한 청소년 교육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관련 교육 프로그램의 마련을 요청한 것이다.
이날 대화에서는 철산대교 교통체증, 자동집하시설 악취 등 생활 속 민원도 쏟아졌다. 시 관계자들은 1시간 30분 동안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아소하의 운영 철학은 단순하다. 문제 해결의 주체는 행정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민이라는 점이다.
광명시장은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언제나 시민”이라며 “평범한 사람이 공정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러한 철학은 현장 소통 방식에도 반영됐다. 주민 불만을 단순 민원 접수에 그치지 않고, 해당 부서와 즉각 연결해 실질적 대안을 마련하도록 한다. 때로는 주민들과 합동 현장 점검에 나서기도 한다.
아소하가 시작된 이후,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층간소음 예방 협약’이 체결됐다. 또 공동시설 이용 규칙을 주민들이 직접 개정하는 사례도 나왔다. 이는 행정이 일방적으로 규제를 만들기보다, 주민 스스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방식이 공동체 회복에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주민 김모 씨(47)는 “시에서 직접 와서 이야기를 들어주니 신뢰가 간다”며 “불편사항뿐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도 나눌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청소년들의 참여와 관심을 끌어내는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최근 참석한 고등학생들의 지적처럼, 지역 역사와 문화 교육의 부족은 공동체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청소년이 아파트 공동체 활동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모 사회학 박사는 “공동체 회복은 세대 간 연결에서 시작된다”며 “청소년이 지역 문제 해결에 참여하면 책임감과 소속감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광명시는 아소하를 단기적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소통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향후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병행해, 참여가 어려운 주민도 의견을 쉽게 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광명을 광명답게 만드는 길은 결국 시민과 함께 걷는 길이다.” 시 관계자의 이 말처럼, 행정과 주민이 손잡는 현장이야말로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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