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9월 25일 김포에 울려 퍼진 환영의 박수는 단순한 건물 개관을 넘어선 울림이었다. 김병수 김포시장이 “30년 만에 흩어져 있던 보훈단체가 한곳에 모이게 됐다”며 알린 ‘보훈회관’의 문이 드디어 열렸다.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이 그토록 기다려온 ‘존중의 공간’이 세워진 것이다.
개관 현장에서 만난 한 유공자 유족은 “남편이 떠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늘 마음 한켠에 공허함이 있었다”며 “이제야 우리가 존중받는 느낌”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보훈단체 회원은 “각 단체가 흩어져 있어 늘 행정과 교류가 불편했는데, 한 지붕 아래 모이니 진짜 가족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보훈회관은 단순히 서류를 처리하고 회의를 여는 공간이 아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기억의 집’이 마련되면서, 보훈 가족들은 비로소 자신들의 삶과 이야기를 나누고, 후세와 연결할 수 있는 거점을 갖게 된 것이다.
김병수 시장은 25일 SNS를 통해 보훈회관을 “보훈 가족의 명예와 긍지를 드높이고, 후세에 애국정신을 계승하는 소중한 공간”이라 규정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편의 시설이 아니라, ‘기억을 문화로, 정신을 일상으로’ 옮기는 사회적 실험장이기도 하다.
사회학자들은 이번 개관을 “보훈정신이 추상적 가치에서 생활 속 문화로 스며드는 계기”라고 평가한다. 전시관과 교육 프로그램, 세대 간 소통의 장으로 발전할 경우, 보훈회관은 지역사회의 문화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 세대에게는 ‘역사와 공동체를 배우는 교실’로 기능할 수 있다. 단순한 기념일 행사 참여를 넘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훈 가치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김포시는 그동안 보훈단체 사무실이 흩어져 있어 유공자와 유족이 불편을 겪어왔다. 이번 회관 개관은 행정 효율뿐 아니라 ‘존중의 제도화’를 상징한다.
김 시장은 “김포시는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이 존중받는 도시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닌, 향후 김포시의 도시 브랜드를 결정지을 핵심 가치로 읽힌다.
도시 정체성 측면에서도 보훈회관은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유공자를 존중하는 도시’라는 이미지는 김포시가 지향하는 품격 있는 공동체 도시, 나아가 ‘기억을 공유하는 도시’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보훈회관은 앞으로 △복지 서비스 통합 △시민과의 문화적 공유 △세대 간 연대 강화라는 세 가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과제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운영 예산의 안정적 확보 △프로그램의 지속적 다양화 △청년층 참여 확대를 꼽는다. 단순한 기념 공간을 넘어,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살아 있는 기억의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30년의 기다림 끝에 문을 연 김포 보훈회관은 단순한 건물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이곳은 희생을 기억하고, 존중을 제도화하며, 세대를 잇는 문화적 공간이다.
지역 원로의 말처럼, “보훈은 과거를 기리는 동시에 현재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김포 보훈회관은 이제 그 역할을 지역 공동체 속에서 살아 숨 쉬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김포가 ‘존중받는 도시’로 나아가는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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