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농가 소득·관광객 유입, 두터워진 지역 공동체

[이코노미세계] 화성시 송산면이 지난 주말 온통 달콤한 포도 향기와 음악, 웃음으로 가득 찼다. 제철을 맞은 송산포도를 테마로 열린 ‘송산포도 축제’가 무더위와 소나기를 뚫고 성황리에 마무리되며, 농산물 축제를 넘어 문화·관광형 지역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축제는 단순한 포도 판매를 넘어 문화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확장됐다. 무대에서는 지역 청소년들의 합창과 국악 공연이 이어졌고, 포도밭을 배경으로 한 재즈 공연은 관객들로 하여금 “포도밭 속 콘서트”라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어린이를 위한 포도 페이스 페인팅, 청년 아티스트의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도 인기를 끌었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과 농민, 관광객이 함께 어울려 문화를 만들고 즐기는 자리가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이날 축제 현장은 외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서울·수도권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일부러 화성을 찾았다.
사토 유키(29·일본인 관광객) 씨는 “포도밭에서 직접 수확 체험을 한 경험은 일본에서는 하기 힘들다”며 “한국의 농촌 문화를 느낄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박은지(42·수원) 씨는 “포도를 먹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공연과 체험이 함께 있어 하루 종일 즐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관광객들의 발길은 인근 관광지로 이어졌다. 제부도, 궁평항, 화성시립박물관을 찾는 이들도 늘어나면서 축제가 지역 관광 전체에 파급 효과를 낳았다.
이번 축제는 세대가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포도 따기와 포도주스 만들기, 포도 쿠키 굽기 체험에 참여하며 아이들과 특별한 추억을 남겼다. 청년층은 SNS 인증 이벤트, 포도 와인 시음회, 플로깅 캠페인 등에 적극 참여하며 ‘MZ세대형 축제 문화’로 발전시켰다.
김다연(33·화성시 봉담읍) 씨는 “포도를 테마로 한 굿즈와 체험 프로그램이 많아 아이뿐 아니라 부모 세대까지 재미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역문화 전문가인 최은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송산포도 축제는 농업을 문화로 확장해 관광 자원화한 모범 사례”라며 “먹거리와 공연, 체험을 결합한 축제는 체류형 관광을 유도하고 지역 문화 정체성을 알리는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또한 “포도라는 지역 특산물이 문화 콘텐츠로 승화될 때, 이는 단순 소비를 넘어 ‘지역문화 브랜딩’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교통 혼잡과 부족한 편의시설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특히 외부 관광객 증가에 비해 숙박·휴식 공간이 충분치 않다는 점은 향후 개선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축제가 매년 발전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운영·대중교통 연계·스마트 안내 시스템 등 지속가능한 관광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올해 송산포도 축제는 농산물 판매 중심에서 문화·관광형 축제로 한 단계 도약했다. 포도밭을 배경으로 펼쳐진 공연, 가족 단위 체험, 외국인 관광객의 참여는 화성이 가진 문화적 잠재력을 증명했다.
“포도 한 송이에 담긴 건 단순한 달콤함이 아니라 화성의 문화와 미래”라는 평가처럼, 이번 축제는 지역을 넘어 세계와 연결되는 문화관광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내년에는 더 다채롭고 체계적인 운영을 통해 화성이 ‘포도의 도시’이자 문화·관광 거점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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