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5일 안성 스타필드 안성점. 분주한 주말 장터 속에서 아이의 손을 꼭 잡은 한 어머니는 물건을 집어 들며 아이에게 물었다.
“얘야, 이건 누가 만들었을까? 다 쓰고 나면 어떻게 될까?” 단순한 쇼핑을 넘어, 물건 뒤에 숨은 이야기와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착한 소비’가 시민들의 대화 속으로 들어왔다.
‘더 좋은 소비 페스타’가 열린 현장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다. 어린 자녀와 함께 부스를 돌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부모들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만족이 교차했다.
40대 주부 이모 씨는 “보통은 가격을 비교하며 장을 보는데, 오늘은 아이와 함께 ‘왜 이 제품이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하면서 고를 수 있었다”며 “소비가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한 점이다. 제품을 고르는 기준이 단순한 가격이나 품질에서 그치지 않고,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재료를 썼는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확장됐다.
대학생 김민지 씨는 “친환경 세제를 체험했는데, 조금 비싸더라도 환경에 덜 해롭다고 하니 선택할 이유가 생겼다”며 “앞으로는 물건을 살 때 가격표만 보지 않고 그 뒤의 이야기를 먼저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하나같이 ‘공감’을 강조했다. 한 50대 직장인은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가 다소 낯설었는데, 막상 와보니 크게 거창한 게 아니었다”며 “내가 소비하는 물건 하나가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전했다.
아이와 함께 재활용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초등학생 부모는 “아이가 직접 체험하면서 쓰레기와 자원에 대해 배우는 걸 보니, 이런 경험이 평생 교육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SNS에 “현재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살필 줄 아는 소비자가 있어야 착한 생산자가 많아진다”며 이번 행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리고 “안성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 경기도 전역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대 사회학과 한상윤 교수는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공감하는 방식이 가장 강력한 학습”이라며 “착한 소비를 생활 속 습관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장터와 체험형 프로그램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착한 소비가 단순한 ‘의미 소비’로 그치지 않고, 가격 경쟁력과 실질적 혜택까지 동반할 때 더 많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성의 ‘더 좋은 소비 페스타’는 단순한 행사 그 이상이었다.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 속에서 시민들은 스스로 묻고 답했다.
“이 물건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까?” 그 작은 질문이 아이의 눈에, 부모의 손길에, 시민의 발걸음에 스며들었다. 소비가 곧 교육이 되고, 교육이 곧 변화의 씨앗이 되는 순간이었다.
안성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이제 다른 지역, 더 많은 시민들의 일상으로 번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이해창 기자 bmk8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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