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안성 중앙도서관 2층. 아이 손을 잡고 들어온 부모, 시험을 마치고 들른 대학생, 퇴근길에 호기심에 들른 직장인까지. 누구나 앉아 AI와 이야기를 나누고, 바둑을 두고, 책을 추천받는 공간이 열렸다.
이름하여 AI X센터. 이곳에서는 기술이 낯설지 않고, 배움이 어렵지 않다.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호기심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잠자기 전에 읽을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두 권을 바로 알려주더라구요.” 센터를 찾은 50대 여성 시민은 웃음을 지으며 경험담을 전했다. 한국어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 언어로도 책을 골라준다는 설명에, 옆자리의 중학생은 눈을 반짝였다. 도서관은 이제 책장을 넘기는 곳을 넘어, AI와 대화하며 지식을 얻는 살아있는 배움의 장으로 변하고 있었다.
센터 한편에서는 3D 프린터가 바쁘게 움직였다. 아이와 함께 온 이모(46) 씨는 “캐릭터를 직접 뽑아보면서 아이와 대화가 늘었다”며 “도서관이 이렇게 가족의 놀이터가 될 줄 몰랐다”고 했다.
대학생 박모(22) 씨는 코딩 체험을 통해 직접 만든 게임을 보여주며 “내가 만든 게 눈앞에서 돌아가는 순간, ‘AI는 멀리 있는 게 아니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의 표정은 뿌듯함과 놀라움이 뒤섞여 있었다.
안성시와 SK, 하트하트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손을 잡고 마련한 이 공간은 단순한 체험관이 아니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AI 없이는 앞으로의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며 “아이들이 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누구나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곳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기술이 낯선 어르신에게는 친절한 안내자가, 청소년에게는 새로운 꿈을 키우는 무대가 되고 있다.
서울대 교육학과 이정훈 교수는 “AI X센터와 같은 생활형 공간은 교육을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의 일부로 만드는 힘이 있다”며 “특히 지방에서 이러한 시도가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시민 모두가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고 평가했다.
안성 중앙도서관 AI X센터는 ‘미래 기술 체험장’이라는 이름보다, ‘시민과 함께 숨 쉬는 학습터’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책장에서 AI로 이어진 변화는 어느새 사람들의 일상 속 대화와 웃음으로 자리 잡았다. 이 작은 공간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안성의 미래를 조금 더 따뜻하고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