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세계] 안성은 전국에서 축산업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발전한 도시다. 동시에 축산 냄새 민원도 많았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2020년 민선 7기 시장으로 취임한 안 시장은 “축산업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냄새 문제 해결이 필수”라는 판단 아래, 축산농가·주민·공무원이 함께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꾸렸다.
초기에는 주민과 농가 간 불신이 깊었다. 주민들은 “표준축사 신축은 냄새를 더 키운다”며 반발했고, 농가 측은 “모니터링은 감시”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안성시는 대화와 실험으로 이 벽을 깼다. 그 결과, ‘규제와 단속’ 중심의 행정이 아닌 ‘협력과 지원’ 중심의 안성형 냄새 저감 모델이 만들어졌다.
안성시는 축산냄새 민원이 가장 잦은 양돈농가부터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냄새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 환경과와 축산정책과가 전 양돈농가의 냄새 데이터를 24시간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농가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냄새 수치가 정상 기준을 넘어설 경우, 농가 휴대폰으로 즉시 알림이 전송된다. 김 시장은 “이 시스템 도입만으로도 냄새 민원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내년부터는 양계농가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모니터링 체계는 단순한 기술 행정이 아니라 ‘상호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됐다. 시민은 냄새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농가는 데이터 기반으로 개선 여건을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성시는 축산농가를 세 그룹으로 나눠 맞춤형 지원을 시행 중이다. 우선 중대규모 후계농이 있는 농가에는 서울대학교와 공동 개발한 ‘안성시 표준 무창축사’ 신축비 10억 원을 지원한다.
현재 6개 농가가 준공됐고, 3곳이 추가 공사 중이다. 이 표준 무창축사는 환기 구조와 냄새 저감 장치가 최적화되어 있어 냄새는 90% 줄고, 생산성은 50% 이상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후 시설로 더 이상 개선이 어려운 농가는 최대 5억 원의 폐업 보상금을 지원해 폐업을 유도하고 있다. 이미 4개소가 문을 닫았다. 또한 나머지 일반 농가에는 농가별 맞춤형 시설 개선비(최대 3억5천만 원)를 지원하고 있다. 부분 개선만으로도 약 60%의 냄새 저감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 혁신적 사업의 한계는 재정이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투입된 예산은 약 340억 원. 이 중 국비는 4%, 도비는 5%에 불과하고 시비가 91%를 차지했다.
김 시장은 “지속 가능한 축산 냄새 저감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되려면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축산 냄새 문제는 안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과제”라며 “안성의 모델이 전국의 표준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성시의 사례는 단순한 냄새 저감 정책이 아니다. 주민과 농가, 행정이 ‘서로의 삶을 지키기 위한 공존의 실험’을 이어온 결과물이다.
냄새 민원으로 갈등이 첨예했던 도시가 데이터와 신뢰, 협력으로 변모하고 있다. 축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주민 삶의 질을 함께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안성의 실험은 향후 농업·환경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김보라 시장은 “축산 냄새 저감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역의 생존 전략”이라며 “농업과 환경이 공존하는 도시 안성을 만드는 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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