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와 현재가 만나는 자리에서 경기도 비전을 찾겠다”

[이코노미세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중국 충칭 일정을 마무리하며 들른 곳은 다름 아닌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청사였다. 그리고 이청천 사령관, 김원봉 부사령관의 집무실과 회의실을 직접 둘러보며 “역사 바로 세우기에 경기도가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새겼다.
이것은 단순한 의례적 방문이 아니라, 독립운동의 정신을 현실 행정 속에 녹여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지방정부 최고책임자의 해외일정은 대체로 공식 만찬과 격식 있는 회동으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 지사는 이번 일정에서 형식 대신 시민 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어젯밤 공식 만찬이 없어 충칭 소면을 길거리에서 먹었다. 4,500원 정도의 가격이었다.” 김 지사가 24일 페이스북에 남긴 소회다.
공식 오찬에서 나온 ‘퓨전식 소면’이 외교적 배려의 음식이었다면, 거리에서 맛본 소면은 충칭 서민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창이었다. 매콤하고 산초 맛이 강한 그 맛은 달콤한 디저트를 찾게 만들 만큼 강렬했고,
김 지사는 “한국에 돌아가서도 생각날 맛”이라고 적었다. 이는 단순한 미각의 경험을 넘어, 시민 생활에 대한 체감과 소통의 의미를 담았다.
충칭 방문의 마지막을 역사 현장에, 일상의 기록을 거리의 음식에 두었다면, 이제 발걸음은 상하이로 향한다. 김 지사는 “상하이에서도 열심히 달려 좋은 성과 많이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상하이는 과거 임시정부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동시에, 동북아 경제 중심지로 급부상한 도시다. 곧 이어질 상하이 일정은 ‘역사 외교’와 ‘경제 외교’가 만나는 접점이 될 전망이다.
경기도는 최근 수출지원 확대, 해외 투자유치, 청년·중소기업 교류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 중이다. 특히 중국 내수시장 공략과 첨단산업 협력은 경기도 경제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번 출장 역시 독립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동시에, 경기도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김 지사의 이번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성과의 구체화”를 주문한다. 한국외대 김모 교수는 “충칭과 상하이 방문은 역사적 의미와 지역 외교의 메시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며 “다만 경제·투자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체적 결과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도 차원에서 중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든든하다”며 “실제 계약이나 판로 확대 성과로 이어진다면 지역경제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지사의 SNS 기록에 공감을 표했다. 광명시의 한 대학생은 “지도자가 길거리에서 시민들과 같은 음식을 먹고, 독립운동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모습은 상징적으로 의미 있다”고 말했다. 수원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경기도가 경제 성장뿐 아니라 역사·문화적 가치까지 균형 있게 챙겨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동연 지사의 중국 일정은 ‘과거와 현재’라는 두 개의 시간 축을 함께 껴안는 행보였다. 충칭에서의 역사적 성찰, 거리에서의 생활 체험, 그리고 상하이로 이어지는 경제 외교. 이 여정은 단순한 해외 방문이 아닌, ‘역사 기억과 미래 비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지방정부 외교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코노미세계 / 오정희 기자 oknajang@hanmail.net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