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도321호선 매산~일산간 도로 확포장공사’ 위치도.
[이코노미세계] 도로 하나가 도시의 운명을 바꾼다. 용인시 처인구 매산리와 광주시 추자동을 잇는 지방도 321호선 매산~일산 구간 확포장 도로가 25일 정오 개통됐다.
총사업비 587억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불량한 선형과 좁은 차폭으로 ‘사고다발 구간’으로 불리던 길을 전면 개선한 대규모 기반시설 투자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통이 단순한 교통 편의 차원을 넘어 경기 남부권 산업·생활권 통합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 사업은 2021년 3월 착공해 4년에 걸쳐 완공됐다. 총 연장 2.3km, 폭 12m의 2차로 도로로, 매산교·추자교 교량과 평면교차로 7곳, 회전교차로 1곳이 신설됐다.
도로 확장은 단순히 차로를 넓히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급경사와 급커브를 대폭 개선해 안전성을 확보했고, 물류 차량이 통행하기 어려웠던 좁은 구간도 대형차량 소통이 가능하도록 조정했다.
경제적 효과는 수치로도 뚜렷하다. 기존에는 매산리~추자동 구간을 통과하는 데 평균 15~20분이 소요됐으나, 이번 확포장으로 5분 이내로 단축될 전망이다.
물류업계는 이를 환영하고 있다. 광주·용인 인근 산업단지에 입주한 한 중견 제조업체 대표는 “이전에는 납품 차량이 정체로 지연되는 경우가 잦았는데, 이제는 출하 시간 관리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시간의 화폐화’로 정의한다. 물류 효율이 높아질수록 기업은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확보한다. 이는 지역 중소기업 생존력 강화와 곧장 연결된다.
도로 개통은 곧 생활권과 상권을 바꾸는 요인이다. 모현읍 매산리 주민 김모 씨(62)는 “예전에는 광주에 있는 대형마트를 가려면 큰맘 먹고 차를 몰고 가야 했지만, 이제는 10분 거리 생활권이 됐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부동산 시장도 들썩인다. 용인 처인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도로 개통 소식이 알려지자 매산리 일대 토지와 주택 거래 문의가 늘었다. 특히 물류창고나 소규모 공장 용도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통 개선은 고용 창출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도로 접근성이 좋아지면 기업 유치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신규 일자리로 연결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587억 원의 건설 투자는 직접·간접적으로 약 1,200여 명 고용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개통으로 용인과 광주를 잇는 생활·산업권이 하나로 묶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경기연구원 교통정책연구실장은 “기존에는 용인 남부와 광주 북부가 행정구역상 인접했음에도 교통 불편 때문에 사실상 생활권이 분리돼 있었다”며 “이제는 하나의 생활·산업 클러스터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구간은 향후 수도권 남부 물류망 확충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와 연계된 도로망으로 발전할 경우, 경기 동남권 경제지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로 개통은 단순히 편의성만 따질 문제가 아니다. 용인시가 산출한 추정치에 따르면, 매년 약 70억 원 상당의 교통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차량 정체 해소로 인한 연료비 절감, 물류 지연 최소화, 사고 감소로 인한 사회적 비용 절감까지 합하면 투자비 회수는 8~9년 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투자 대비 편익(B/C ratio) 1.2 이상’으로 평가한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서 1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다고 보는데, 이번 사업은 그 기준을 충족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과제도 있다. 첫째, 인근 도로와의 연계 교통 정체 우려다. 매산~일산 구간은 넓어졌지만, 다른 구간 병목 현상이 발생하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둘째, 지역 균형 발전 문제다. 교통망 확충으로 특정 지역만 개발 이익을 가져가고 주변 농촌 지역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셋째, 주민 체감이다. 단순히 차량 운행 시간이 줄었다는 수치보다 실제 생활 편익이 얼마나 체감되는지가 중요하다.
아울러 지방도 321호선 매산~일산간 확포장 공사는 단순한 도로 개통이 아니라 경기 남부 경제권 재편의 시발점이다.
‘도로는 도시를 바꾸고, 도시가 경제를 키운다’는 말처럼 이번 개통은 물류 혁신, 상권 확대, 고용 창출, 생활권 통합 등 다층적인 효과를 불러올 전망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성과를 주민 체감으로 확산시키는 일이다.
이코노미세계 / 김병민 기자 bmk8899@naver.com
[저작권자ⓒ 이코노미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